유학 준비 / / 2023. 10. 24. 02:35

겨울을 맞아 길어지는 독일의 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서머 타임의 끝

여름은 이미 끝난 지 오래이고, 가을도 거의 끝을 보인다. 단풍이 들고 낙엽이 떨어지며 날이 쌀쌀해 이젠 늦가을의 느낌이 물씬 난다. 지금까진 해도 6시 쯤이면 뉘엿뉘엿해지고, 7시면 완전히 밤이 되버린다. 다음주 일요일, 2023년 10월 29일이면 서머타임이 끝이나고 1시간이 생긴다. 지금 7시면 밤이 되어 버리지만, 다음주부터는 7시가 6시가 되어 버린다. 이젠 거의 저녁 시간에 완전한 밤이 되어 버릴 것이다.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면, 5시, 4시에도 깜깜한 밤이 되버릴 것이다. 일하는 중간에 밤이 되어 버리니 매일매일 야근하는 느낌이 날 것이다. 그 나름 분위기도 있고 좋긴 하지만, 벌써부터 낮이 긴 여름이 상상만으로 그리워진다. 

 

독일의 여름과 겨울

독일에 처음 여름을 겪었을 때, 밤 10시 반에도 환했었고, 그게 너무 신기하고 좋았었다. 밤에도 밝으니 언제든지 밖에 나가서 산책을 즐기곤 했었다. 반대로 겨울의 밤은 무척이나 길다. 12월에 밤이 가장 길 때는 4시면 해가 진다. 나는 밤이면 뭔가 집에 들어가야 할 거 같고, 해가 없으면 밖에 나가기 싫어 했어서 첫 독일 겨울엔 거의 항상 집에 있었던거 같다. 아무래도 해를 많이 보지 못하기 때문에 향초와 같은 불을 좀더 선호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향초를 거의 켜 본적이 없는데, 독일에 와서는 퇴근하면 꼭 향초를 키고 불을 한동안 바라보곤 한다. 또한, 아무래도 집 안이 한국만큼 따뜻하지 않아 향초의 은은한 온기도 향초의 은은한 향기 만큼이나 기분 좋다. 겨울 밤이면 거의 항상 비가 조금씩 오는데, 비오는 소리와 함께 따뜻한 집 안에 있으면 그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이 분위기를 즐기다 보면 독일의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독일의 크리스마스는 정말이지 긴 겨울의 한줄기 빛과 같다. 운치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뜨거운 글루 와인을 한잔하는 것도 매우 좋지만, 역시 크리스마스에 맞춰 쓰는 휴가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독일 또는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는 한국의 설날과 같다. 추석은 부활절/ 설날은 크리스마스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휴가를 쓰기 정말 좋은 시기이며, 특히 크리스마스부터 새해 첫날까지는 휴가를 쓰라고 권유받기도 한다. 물론 의무는 아니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쉬기 때문에 나도 그냥 쓰고 있다. 그 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쓰기 때문에 건물에 난방도 안된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지금 에너지를 아끼자는 분위기가 있으니 올해는 거의 안틀어 줄 것 같다. 독일의 크리스마스는 조용하고 고요하다. 크리스마스 캐롤 중에 "고요한 밤" 이라는 음악이 있는데, 내가 한국에서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왜 크리스마스가 고요한지 이해를 못했었다. 하지만 독일에 온 이후에는 크리스마스가 고요한 밤인지 그냥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은 모든 식당이 문을 닫고, 거리엔 버스와 트램도 쉰다. 거리도 사람이 거의 없고 조용하다. 독일/유럽의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하는 날이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도 모두 쉬고 가족과 함께 지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은 크리스마스가 커플들을 위한 날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날 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그 날에 유럽에 관광지에 여행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적어도 도착하는 날을 24, 25일로 잡지 않기를 추천한다. 정말 먹을 곳도 식당도 마트도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어디를 가고 싶은데, 이 날은 거의 모든 독일/유럽인들이 쉬기 때문에 매우 비싼 것이 문제이다. 역시 춥고 비오는 겨울을 겪다보면 가장 생각나는 장소는 스페인이긴 한데, 비행기표가 너무 비싸다... 아, 크리스마스 보너스는 보통 11월에 월급과 함께 포함되서 나온다. 회사마다 다르고, 직장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700유로 정도 더 받는다. 이 돈으로 이제 어떻게 휴가를 즐길 지 생각 중이다. 아마 체코 프라하가 거의 유력한 후보군이나 아마 집에 있을 수도?

 

이 크리스마스 휴가가 지나면 부활절까지 독일에는 쉬는 날이 없다. 사실 정말 힘든 시기는 크리스마스 이후에 시작된다. 따라서 나는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놀아 주는 것이 좋다는 철학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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